청차는 발효 정도가 15 - 70%인 반발효차이다.

발효의 폭이 넓은 만큼 많은 종류의 차들이 있고, 그들 모두 맛, 향, 색이 독특한 개

성을 가지고 있어 청차를 즐기는 이들의 오감을 열어주고 기쁨을 안겨준다.

 

대홍포, 철라한, 백계관, 수금귀, 육계 등으로 유명한 무이암차들...

철관음으로 널리 알려진 안계차, 동방미인 등으로 익숙한 타이완 오룡과 문산포종

같은 포종차...

 

이름만으로도 이미 차를 즐기는 이들에게 익숙하게 우리 곁에 자리잡은 청차들이다.

 

안타깝게도 이 차들 중에 우리나라 찻잎으로 만든 우리의 청차는 하나도 없다.

 

우리 찻잎으로 청차를 만들어 보자...!!!

차나무의 품종, 자라는 기후, 토양 등이 중국과는 모두 다르지만 우리 땅에서 자란

찻잎으로 청차를 만들면 우리만의 독특한 색, 향, 미를 가진 반발효차가 되지 않을

까..? 이런 생각에서 청차를 만들어 보았다.

 

청차는 선발효차로 따온 찻잎을 넓은 대광주리에 얇게 펼쳐 널어서 너무 강하지 않

은 햇빛에 잠깐 동안 시들리기를 한 후 실내의 그늘로 옮겨 계속 시들리기를 한다.

시들리기를 하는 동안 수분이 줄어들면서 풀풀냄새가 가시고 차향이 발산되는 유리

한 조건이 만들어 진다. 시들리기를 하는 동안 찻잎은 미묘한 변화를 보이며 서서히

발효가 진행된다.

 

찻잎이 어두운 녹빛으로 변하고 부드러워지면 찻잎이 담겨진 대광주리를 흔들어 준

다. 찻잎의 가장지리를 마찰하면서 생물화학적인 변화를 유도하여 발효를 진행시킨

다. 아주 세심하게 집중하여 찻잎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흔드는 과정을 반복한다. 흔

들어 주는 횟수와 강도는 찻잎의 발효정도와 올라오는 향으로 순간적인 판단을 해

야 한다.

 

             <약 20 -30% 발효 시킨 "하늘휴"의 엽저↑>

 

발효차를 만들어 보면 찻잎은 신비한 매력덩어리란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뿜어내는 향과 색이 다르게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깊이를

알 수없는 차의 세계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무이암차의 암운(암골화향:岩骨花香), 철관음의 맑고 진한 관음운(觀音韻), 백호오

룡(白毫烏龍/동방미인)의 천연과향과는 다르면서 발효정도에 따라 각각의 향과 맛

을 갖고 있는 우리의 청차..!!

 

                 <약 40 - 50% 발효 시킨 "하늘애"의 엽저↑>

 

실내에서 시들리기를 하느라 대광주리에 찻잎을 넓게 펼쳐 널어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쉬는 동안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결에 날아오는 "달콤한 꿀향" 같은 발효향

을 맡는 순간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청차의 화려하고 깊은 매력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우리 발효차...!

그 미래는 차를 만드는 사람과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

까..? 우리나라에도 제법 많은 발효차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차를 만든 사람

조차 자신이 만든 차가 선발효 차인지, 후발효 차인지, 약 후발효 차인지 조차 모르

면서 상품을 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 발효차 이제 시작이다.

다양한 실험제다와 연구를 통해서 멋진 차가 나 오길 기대해 본다. 청차와 후발효차

를 만들면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희망이 있다. 차를 만들 시절이 돌아왔다. 봄, 여

름, 가을까지 그 많은 찻잎들과 씨름하며 보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렌다. 몸은 고

달프지만 차향에 젖은 마음은 행복한 시절이 온 것이다.